“기계는 도와줄 뿐, 사업을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요즘처럼 스마트팜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는 시기도 드뭅니다.
뉴스에도 나오고, 유튜브에서도 나오고, 각종 박람회나 정책에서도 스마트팜은 마치 ‘미래 농업의 정답’처럼 소개되곤 합니다. 특히 농업을 처음 시작하려는 분들, 특히 젊은 창업자 분들은 이 스마트팜이라는 단어에서 무언가 확실하고 안전한 수익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계를 설치하면 알아서 돌아가고 수익도 자연스럽게 생기겠지”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기술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스마트팜 현장을 들여다보고, 수많은 창업자들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계는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 사업을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스마트팜 자동화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스마트팜 자동화가 갖는 이점은 분명합니다.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 상태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관수, 급액, 조명, 환기 같은 작업도 버튼 하나로 가능해집니다.
사람 손이 덜 들어가고, 시간도 줄어들고, 인건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밀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전처럼 “감”에 의존하지 않고, 수치 기반으로 농업을 운영할 수 있으니 실패 확률도 줄어듭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창업자들이 스마트팜 자동화를 꿈꾸고, 실제로 많은 정부 지원금과 창업 보육 프로그램도 이 기술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마트팜 자동화 왜 실패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창업자들이 스마트팜 자동화를 도입한 이후에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몇 년을 버티다 결국 접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장비가 문제였나, 기술이 부족했나 싶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실패의 원인은 기술이나 장비가 아닙니다. 수익 전략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팜 자동화를 '장비 설치'로만 생각합니다.
“이 센서 좋다더라”, “이 시스템은 정부 지원이 되더라” 하면서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정작 이 작물을 왜 선택했는지, 수확 후 어떤 경로로 판매할 건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는 제대로 설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화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유지비만 나가고, 고장이라도 나면 골치 아파지고 유지 보수 비용과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팜 자동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왜’ 자동화하느냐입니다
자동화라는 건 수단입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위해 이 자동화를 도입할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한 청년 창업자가 샐러드 채소 스마트팜을 시작했습니다.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말을 듣고 샐러드 채소를 선택했고, 정부 지원을 받아 자동화 시스템도 설치했습니다.
처음엔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샐러드 채소를 수확하고 나니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도매시장에 넘기면 가격이 낮고, 직거래를 하자니 홍보와 유통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자동화 장비 유지비와 초기 대출 이자까지 생각하면 수익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자동화 설비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샐러드 채소를 선택한 이유, 판매 루트, 유통 전략, 초기 투자 대비 수익 계산 이런 것들이 부족했던 겁니다.
전략이 없는 자동화는 오히려 짐이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이겁니다.
“기계는 좋은데, 돈은 안 돼요.”
이 말이 뭘 의미할까요?
기술이 있어도 사업이 되지 않으면, 기계는 단순한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수익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런 구조 없이 기술만 도입해봤자, 1년 안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스마트팜 창업자의 30% 이상이 3년 이내에 철수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제발, 이 순서를 꼭 기억해 주세요
그래서 저는 항상 창업자 분들께 이렇게 조언합니다.
많은 분들이 스마트팜 창업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어떤 장비를 써야 할지, 얼마나 예산을 잡아야 할지, 지원금은 어떤 걸 받을 수 있는지 등등 말 그대로 기술과 설비부터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럴 때마다 꼭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순서를 바꾸셔야 합니다. 자동화는 제일 마지막에 고민하셔야 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작물 선택보다 시장 조사입니다.
내가 재배하려는 작물이 누구에게 팔릴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합니다.
소비자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유통이 가능한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경쟁 작물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시장 조사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이제는 수익 구조를 직접 그려보는 단계입니다.
내가 생산한 작물을 도매로 넘길 건지, 아니면 직거래를 할 건지, 정기배송 형태로 판매하는 구독 모델이 적합한지, 특정 업체와 계약 재배를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통 비용과 마진은 어느 정도인지까지 예상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시장과 수익 모델이 구체화되면, 그제야 자동화를 도입할 시점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내 농장에 필요한 자동화는 무엇인가?”입니다.
무조건 자동화할 게 아니라, 어떤 자동화 기술이 내 수익 구조에서 직접적으로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 있다면 그것부터 자동화하는 것이 맞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농사 품질이 높아진다면 센서와 데이터 기반 자동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생겼다면, 그 돈을 어디에 재투자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더 나은 유통 채널을 확보한다든지, 마케팅에 힘을 싣는다든지, 고부가가치 작물로 전환하는 등 이 순서를 지켜야만, 스마트팜 자동화는 단순히 멋진 기술로 끝나지 않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의 도구가 됩니다.
그게 진짜 스마트한 농업이고, 진짜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입니다.
기술은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팜 자동화는 정말 훌륭한 기술입니다. 특히 기후 변화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지금, 이 기술은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줄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화만으로는 수익이 생기지 않습니다. 수익은 철저한 전략과 분석에서 나옵니다.
“어떤 작물을 누구에게 팔 것이며 어떻게 유통하고 자동화를 통해 어떤 비용을 줄이며 그 결과 어떤 순이익이 나올 것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당신을 돕지 못합니다.
스마트팜 자동화를 꿈꾸는 여러분, 기술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고 장비는 언제든지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실패한 사업은 다시 일으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기계를 먼저 보기 전에 시장을 먼저 보시고 , 기술을 먼저 보기 전에 수익 모델을 먼저 생각해 주세요. 그렇게 시작한 농업이 비로소 진짜 미래 농업이 되고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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