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각가’처럼 다루면 망합니다 (‘사진가’처럼 접근하는 법)
2025년 AI 툴을 사용하는 우리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직업병’이 생겼습니다. 분명 AI가 90%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는데, 우리는 그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눈동자 방향을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배경의 나무를 조금만 더 붉게…” 우리는 ‘완벽’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한 번만 더’를 외치며 몇 시간이고 프롬프트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어떤가요? 수십 개의 비슷하지만 결코 완벽하지는 않은 결과물들 속에서 길을 잃고 결국 처음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가졌던 생명력마저 잃어버린 채 번아웃을 경험합니다. 최근 AI 커뮤니티에서 이처럼 끝없는 수정의 늪에 빠져 창의성과 생산성을 모두 잃어버리는 현상을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에 빗대어 ‘둠프롬프팅(Doom-prompting)’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 글은 이 새로운 저주, 둠프롬프팅의 본질을 파헤치고 우리가 왜 이 함정에 빠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늪에서 벗어나 AI 시대의 현명한 창작자가 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둠프롬프팅’이란 무엇인가?: 완벽주의가 낳은 새로운 저주
둠프롬프팅은 생성형 AI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강박적 수정 행위’를 의미합니다. AI가 제공하는 무한한 가능성 앞에서 사용자는 ‘더 나은 결과물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프롬프트를 계속해서 미세하게 수정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입니다.
이는 ‘AI 창작의 함정’ 중 가장 흔하고 위험한 유형입니다. AI가 우리의 창의력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완벽주의를 자극하여 창작 과정을 마비시키는 족쇄가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는 결국 AI 작업 효율을 극단적으로 떨어뜨리는 최악의 습관입니다.
2.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 AI를 ‘조각가’처럼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둠프롬프팅의 늪에 빠지는 것일까요? 바로 우리가 AI를 대하는 근본적인 ‘관점’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AI를 ‘조각가’의 방식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 조각가의 방식 (둠프롬프팅의 원인): 조각가는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 안에 이미 완벽한 형태의 조각상이 ‘숨겨져 있다’고 믿습니다. 그의 역할은 불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정교하게 깎아내어 그 완벽한 형태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프롬프트를 수정하는 행위가 바로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AI의 잠재력이라는 거대한 대리석 안에 내가 상상하는 단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가 존재한다고 믿고 프롬프트를 한 단어씩 바꾸며 그 완벽함을 깎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AI의 작동 방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그 완벽함에 도달할 수 없어 좌절하게 됩니다.
- 사진가의 방식 (둠프롬프팅의 해법): 현명한 생성형 AI 활용법은 AI를 ‘사진가’의 방식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사진가는 완벽한 순간을 ‘조각’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좋은 빛과 구도라는 ‘조건’을 설정한 뒤 수십, 수백 번의 셔터를 눌러 수많은 사진을 찍고, 그중에서 가장 생생하고 매력적인 ‘결정적 순간’을 ‘선택’합니다. AI와의 작업도 이와 같아야 합니다. 핵심적인 방향을 담은 프롬프트를 설계한 뒤 여러 번의 생성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얻어내고 그중에서 나의 비전과 가장 가까운 최상의 결과물을 ‘선택(큐레이션)’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관점입니다.
3. '둠프롬프팅' 탈출을 위한 3단계 워크플로우
‘AI 사진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3단계 워크플로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넓게 찍기 (The Broad Shot) - ‘발산’의 단계 처음부터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을 찍으려 하지 마세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넓게’ 여러 장을 찍어야 합니다.
- 프롬프트 예시:
- A cat in a library, cinematic, dramatic lighting
- A cat in a library, watercolor painting style
- A cute cartoon cat sleeping on a book in a library 이 단계의 목표는 완벽한 결과물이 아닌 내가 나아갈 ‘방향성’을 결정할 다양한 시안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2. 최고의 컷 고르기 (The Contact Sheet Review) - ‘선택’의 단계 수십 장의 결과물(콘택트 시트)을 펼쳐놓고,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 단 하나의 ‘방향성’을 선택하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을 ‘고치려고’ 애쓰지 않는 것입니다. 조각가처럼 깎아내려 하지 말고 사진가처럼 최고의 컷을 ‘선택’하는 데 집중하세요. 이 ‘선택의 기술’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AI 작업 효율 향상 비결이자 인간 고유의 ‘취향’과 ‘안목’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3. 인간의 마무리 (The Final Polish) - ‘완성’의 단계 AI를 통해 90%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선택했다면 이제 AI의 역할은 끝났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머지 10%의 완벽함은 당신의 ‘인간적인 손길’로 채워야 합니다.
- 선택한 이미지를 포토샵이나 라이트룸으로 가져와 색감을 미세하게 조정하세요.
- 원하는 텍스트를 삽입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살짝 잘라내는 등 최종 편집을 진행하세요.
AI에게 100%를 요구하는 것이 둠프롬프팅의 시작입니다. AI의 역할은 훌륭한 ‘초벌구이’까지임을 인정하고 마무리는 인간인 내가 한다는 명확한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완벽함은 좋은 것의 적이다
AI 창작의 함정, 둠프롬프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더 좋을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은 축복이지만 ‘더 좋아야만 한다’는 강박은 저주가 됩니다.
AI 시대의 현명한 크리에이터는 완벽한 조각상을 깎아내려는 조각가가 아닙니다.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자신의 안목으로 최종 결과물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진가입니다.
이제 AI 앞에서 “한 번만 더”를 외치는 것을 멈추세요. 대신 수많은 가능성을 즐겁게 탐색하고, 당신의 취향을 믿고 과감히 ‘선택’하세요. 그리고 마지막 1%는 당신의 손으로 직접 완성하는 즐거움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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