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이라는 화려한 마천루, ‘사이버 보안’이라는 부실공사
2025년 대한민국은 ‘AI 강국’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혁신적인 AI 모델과 서비스를 쏟아낸다.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AI 마천루’를 짓고 있는 건축가와 같다.
하지만 이 눈부신 건설 현장의 이면에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는 건물의 높이와 화려함에만 집중한 나머지 건물의 가장 근본이 되는 ‘기초 공사’와 ‘보안 시스템’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이 글은 AI라는 마천루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반 바로 ‘AI 사이버 보안’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자 한다. 다른 블로그들이 AI의 밝은 미래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한발 더 깊이 들어가 이 부실공사가 어떻게 우리의 모든 노력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하늘을 향한 야망: ‘AI 강국’이라는 마천루
먼저 우리가 얼마나 높고 위대한 건물을 짓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리벨리온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AI의 두뇌가 될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 독자적인 거대 언어 모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X’를 필두로 대한민국은 자국의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강력한 AI 모델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 일상으로의 빠른 침투: AI는 이미 우리의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제품 그리고 금융과 의료 서비스 깊숙이 파고들며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짓고 있는 ‘AI 강국’이라는 마천루는 외형적으로 매우 훌륭하며 그 높이는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다.
2. 보이지 않는 균열: ‘사이버 보안’이라는 부실한 기초 공사
문제는 이 화려한 건물의 기초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AI 기술 개발에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에 비해, AI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I 개발은 눈에 보이는 ‘성과’와 ‘수익’을 즉각적으로 창출하는 ‘공격수’로 여겨지지만 보안은 아무런 사건이 터지지 않으면 티도 나지 않는 그저 ‘비용’만 잡아먹는 ‘수비수’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안 경시’ 문화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보이지 않는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건물의 높이에만 감탄할 뿐 그 건물이 서 있는 지반이 얼마나 단단한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3. 새로운 침입자들: AI가 만들어낸 진화된 ‘사이버 위협’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짓고 있는 이 마천루를 노리는 침입자들 역시 AI라는 최첨단 무기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해킹이 ‘곡괭이’ 수준이었다면 AI 시대의 사이버 위협은 ‘레이저 드릴’ 수준으로 진화했다.
- 완벽한 ‘위장 잠입’ (AI 피싱 공격): AI는 당신의 상사나 가족의 평소 말투를 완벽하게 흉내 내어 가짜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낸다. 심지어 목소리까지 복제하여 전화를 걸어오는 ‘보이스 피싱’은 이제 전문가조차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 스스로를 숨기는 ‘투명 인간’ (AI 악성코드): AI는 백신 프로그램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코드를 수시로 바꾸는 ‘폴리모픽(Polymorphic)’ 악성코드를 스스로 개발하고 진화시킨다. 기존의 보안 시스템으로는 탐지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 가장 믿었던 ‘내부자’의 배신 (AI 보안 취약점): 가장 무서운 공격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된다. ‘프롬프트 인젝션’이라는 해킹 기법을 통해 해커는 기업의 고객 응대 챗봇이나 내부 업무용 AI를 속여 기밀 정보나 고객 데이터를 유출하도록 만들 수 있다. 가장 믿었던 AI 비서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회사의 정보를 빼돌리는 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AI 시대의 사이버 위협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하고 빠르며 치명적이다.
4. 튼튼한 마천루를 짓는 법: ‘보안 내재화(Security by Design)’와 새로운 정책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부실공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건물을 다 지은 뒤에 부랴부랴 보강 공사를 하는 것은 너무 늦다. 처음부터 ‘보안’을 건물의 핵심 설계에 포함시키는 ‘보안 내재화(Security by Design)’라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정부의 역할: 정부는 정보보호 정책의 우선순위를 최상위로 격상해야 한다. AI 개발 예산의 일정 비율을 AI 보안 기술 연구 및 인력 양성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AI 서비스로 인해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기업의 역할: 기업은 더 이상 AI 사이버 보안을 비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고객의 신뢰와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첫 단계부터 보안 전문가를 참여시켜 발생 가능한 모든 AI 보안 취약점을 검토하고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
- 우리의 역할: 우리 역시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보안 위험을 인지하고 개인 정보 보호에 더 민감해져야 한다.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의심스러운 링크나 이메일을 함부로 열지 않는 기본적인 보안 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결론: 가장 높은 건물은 가장 안전한 건물이다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그 AI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기업들이 AI로 인해 창출한 가치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AI 강국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마천루의 진정한 가치는 그 높이가 아니라 어떤 비바람과 지진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전함에서 나온다. 이제는 하늘을 향한 속도를 잠시 늦추더라도 우리가 서 있는 땅 즉 보안이라는 기초를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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