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ra 대항마' 비두 AI, 할리우드와 다른 '중국적' 상상력을 보여주다
'Sora 대항마' 비두 AI, 할리우드와 다른 '중국적' 상상력을 보여주다
지금까지 동영상 생성 AI의 세계는 단 하나의 이름 OpenAI의 ‘Sora’가 지배하는 시대였습니다. Sora가 보여준 경이로운 영상들은 AI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최고의 AI는 곧 실리콘밸리의 AI’라는 공식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2025년 이 거대한 기술 제국에 균열을 내는 강력한 도전자가 동쪽에서 등장했습니다. 바로 ‘비두(Vidu) AI’입니다.
‘중국의 Sora’라는 별명과 함께 등장한 비두 AI는 단순히 Sora의 기술을 모방한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닙니다. 오늘 이 글은 이 새로운 생성형 AI 플랫폼의 등장을 단순한 기술 뉴스로만 다루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블로그들이 두 모델의 성능 비교에만 집중할 때 우리는 한발 더 깊이 들어가려 합니다. 비두의 등장이 어떻게 AI 창작의 ‘문화적 다양성’ 시대를 열고 있으며 이것이 글로벌 AI 기술 경쟁의 판도와 우리 크리에이터들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베일을 벗은 ‘중국의 소라’: 비두 AI의 핵심 능력
비두 AI는 중국의 AI 스타트업 ‘성수커지(Shengshu Technology)’와 중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칭화대학교가 협력하여 탄생시킨 텍스트-투-비디오(Text-to-Video) 모델입니다. 공개된 데모 영상들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 Sora급의 기술력: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최대 16초 길이의 1080p 고화질 영상을 생성하며 캐릭터와 배경의 일관성, 현실적인 물리 법칙 시뮬레이션 등 여러 측면에서 Sora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독자적인 기술 아키텍처 (U-ViT): 비두는 Sora와 다른 ‘U-ViT(Universal Vision Transformer)’라는 독자적인 기술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AI 모델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했음을 의미하며 비두가 단순한 모방이 아닌 자체적인 기술 철학을 가진 존재임을 증명합니다.
이처럼 비두는 명실상부한 Sora 대항마로서 중국 AI 모델의 잠재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2. 할리우드와는 다른 문법: 비두가 보여준 ‘중국적 상상력’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기술적 유사성이 아닌 결과물의 ‘문화적 차이’입니다. Sora가 만들어내는 영상이 잘 다듬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따른다면 비두가 만들어내는 영상에서는 짙은 ‘중국적 색채’가 느껴집니다.
- 문화적 맥락의 깊이: 비두의 데모 영상에는 수묵화 느낌의 대나무 숲을 노니는 판다 중국 신화 속에 등장하는 용(龍)의 모습, 명나라 시대의 복식을 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서양인의 시선으로 묘사한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중국 문화의 깊은 맥락을 이해하고 표현한 ‘진짜 중국’의 모습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 AI에도 ‘떼루아(Terroir)’가 있다: 좋은 와인이 그 포도가 자란 토양과 기후의 특성, 즉 ‘떼루아’를 담고 있듯 AI의 결과물 역시 그것이 학습한 ‘데이터의 떼루아’를 반영합니다. 서구권의 인터넷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한 Sora의 결과물에 서구적 미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듯 중국의 방대한 문화적, 역사적 데이터를 학습한 비두 AI의 결과물에는 ‘중국적 떼루아’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는 AI 기술이 더 이상 문화적으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님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3.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선택지: 어떤 스튜디오와 일할 것인가?
비두 AI의 등장은 우리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AI 영상 제작을 마치 ‘영화 스튜디오와 계약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Sora (할리우드 스튜디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세련되고 사실적인 블록버스터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입니다. SF, 판타지, 현대 드라마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에 강점을 보입니다.
- Vidu (중국 영화 스튜디오): 동양적인 미학이나 특정 문화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을 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무협 영화, 동양 판타지, 역사 드라마 등 로컬 컨텍스트가 중요한 콘텐츠 제작에 있어 Sora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제 크리에이터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강점과 스타일을 가진 ‘AI 스튜디오’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협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생성형 AI 플랫폼 시장이 ‘독점’에서 ‘다양성’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결론: AI 창작, ‘다극화 시대’의 개막
Sora 대항마 비두 AI의 등장은 단순히 AI 기술 경쟁의 구도가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AI 창작의 미래가 결코 하나의 스타일, 하나의 문화로 통일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중국 AI 모델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 그리고 한국의 고유한 데이터를 학습한 각양각색의 ‘문화적 AI’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크리에이터에게 이는 축복입니다. 우리의 창작 팔레트가 훨씬 더 다채로워졌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던 AI 창작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각자의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AI 스튜디오들이 공존하는 창의성의 ‘춘추전국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