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인가, 경쟁인가?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아슬아슬한 ‘공생 관계’
최근 AI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39조 원)를 투자해 AGI 개발을 위한 거대한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짓는다”는 그야말로 세상을 뒤흔들만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AI의 ‘심장(칩)’을 만드는 회사와 ‘두뇌(모델)’를 만드는 회사가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2025년 9월 현재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가짜 뉴스네” 하고 넘어가기엔 이 루머가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도 큽니다. 이 루머가 왜 이토록 설득력 있게 들리는지 그리고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두 거인의 실제 관계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AI 산업 동향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데 훨씬 더 중요합니다.
오늘 이 글은 이 루머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을 넘어 AI 시대의 미래를 결정할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아슬아슬하고도 복잡미묘한 ‘공생적 경쟁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루머의 탄생 배경: 왜 우리는 이 ‘가짜 뉴스’에 열광했는가?
이 거대한 투자설이 그토록 쉽게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이유는 그것이 AI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욕망’과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끝없는 컴퓨팅 파워에 대한 갈망: AGI 개발을 향해 나아갈수록 AI 모델이 필요로 하는 컴퓨팅 파워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픈AI와 같은 모델 개발사에게 엔비디아의 최신 칩으로 가득 찬 전용 AI 데이터센터는 꿈에 그리는 ‘성배’와도 같습니다.
- 뗄 수 없는 공생 관계: 오픈AI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고객이며 엔비디아는 오픈AI가 만들어내는 혁신 덕분에 자사 칩의 수요가 폭발하는 완벽한 공생 관계에 있습니다. 이들의 관계가 단순한 고객사를 넘어 더 깊은 전략적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루머는 비록 사실이 아니었지만 AI 산업의 가장 뜨거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기에 강력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 현실: ‘왕을 만드는 자’ 엔비디아 vs ‘왕’ 오픈AI
그렇다면 두 거인의 실제 관계는 어떨까요? 저는 이들의 관계를 ‘왕을 만드는 자(Kingmaker)’와 ‘왕(King)’의 관계로 비유하고 싶습니다.
- 엔비디아 (왕을 만드는 자): AI 시대의 ‘무기’인 GPU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방위 산업체’와 같습니다. 엔비디아의 전략은 이 강력한 무기를 오픈AI, 구글, 메타 등 왕이 되려는 모든 이들에게 판매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들은 특정 왕에게만 충성하지 않습니다.
- 오픈AI (왕): 엔비디아로부터 최고의 무기를 공급받아 AI라는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수많은 사용자를 ‘백성’으로 거느리며 가장 강력한 왕국을 건설한 ‘왕’입니다.
이 둘의 공생 관계는 명확합니다. 왕은 왕을 만드는 자의 최신 무기가 있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고 왕을 만드는 자는 왕이 계속해서 전쟁을 벌여야만 무기를 팔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의 엔비디아 오픈AI 관계의 핵심입니다.
3. 물밑의 경쟁: 동맹의 이면에 숨겨진 갈등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공생 관계의 이면에는 미래의 패권을 둘러싼 차가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 왕을 꿈꾸는 ‘왕을 만드는 자’: 엔비디아는 더 이상 단순한 칩 제조사에 머무르려 하지 않습니다. ‘DGX 클라우드’와 같은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시장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이는 오픈AI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합니다.
- 새로운 무기를 찾는 ‘왕’: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AI의 심장인 칩을 엔비디아라는 단 하나의 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엄청난 전략적 리스크입니다. 만약 엔비디아가 칩 공급을 무기화한다면 왕국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자체적인 AI 칩을 비밀리에 개발하려는 즉 AI 칩 경쟁에 뛰어들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현재의 엔비디아 오픈AI 관계는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동시에 미래에는 서로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적 경쟁자인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와 같습니다.
결론: 하나의 ‘거래’보다 복잡한 ‘관계’의 시대
‘엔비디아의 1000억 달러 투자설’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진실을 알려주었습니다. AI 산업의 미래는 하나의 거대한 ‘빅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가 된 거인들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AI 산업 동향의 핵심은 더 이상 기술의 발전 속도만이 아닙니다. 기술을 가진 자들이 서로 어떻게 동맹을 맺고 서로를 견제하며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우리 크리에이터들은 이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직접 만드는 대신 최고의 엔진을 만드는 회사와 최고의 차체를 만드는 회사의 관계를 이해할 때 더 좋은 차를 고를 수 있듯 우리 역시 AI 산업의 거대한 역학 관계를 이해할 때 미래를 위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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